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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미워한 시기, 다시 살 용기”…노숙인을 위한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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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이 작성일24-05-05 08:48 조회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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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사업실패 후 생활뿐 아니라 정신도 무너진 50대 한모씨는 세상과 자신을 단절시켰다. 고립된 채 8년의 시간을 보낸 그는 지난해 다시 가족을 만나고 친구들과 여행도 다녀왔다. 변화는 쉰이 훌쩍 넘은 나이에 다시 다닌 학교에서 시작됐다.
아침 등굣길 교정을 걷고 학식을 먹으며 한씨는 나도 행복한 생활을 했던 사람이라는 것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철학·역사 수업에서 자신을 돌아봤고, 동기 30명과 합창을 준비하며 무대에서 노래하는 인생의 첫 경험을 했다. 그는 오랜만에 즐거움을 느끼면서 주변을 살필 여유가 생겼다고 했다.
30일 오전 서울 동작구 숭실대에서 열린 ‘희망의 인문학’ 입학식에서 한씨는 이같은 자신의 경험을 신입생들에게 전했다.
이는 노숙인과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들이 자존감을 회복해 자립할 의지를 키울 수 있도록 서울시가 마련한 교육이다. 새로운 관계를 맺어 사회로 나올 수 있게 돕는 프로그램이다. 한씨는 걱정해주는 사람들을 보지 못한 채 신세 한탄만 했던 내가 주변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며 인생을 비관하고 나 자신을 가장 미워하던 시기에 나에게 다시 살 용기를 줬다고 말했다.
오세훈 시장 재임 시절인 2008년 첫 수업을 했던 ‘희망의 인문학’은 인스타 팔로워 구매 2012년까지 노숙인 등 4000여명이 수료했으나 이후 중단됐다. 2022년 10년 만에 수업이 재개돼 첫해 303명이 참여했다. 지난해 696명의 수료생을 배출한 데 이어 올해 1000명의 노숙인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노숙인·자활 관련 시설에서 진행되는 ‘희망과정’과 수강생들이 서울시립대·숭실대 캠퍼스로 등교해 수업을 듣는 ‘행복과정’ 모두 핵심은 인문학이다.
희망과정은 역사에 기록된 위기 극복의 지혜를 배우며 ‘마음의 근육’을 강화하고(비전트레이닝센터), 영화 속 삶을 통해 인생의 의미(도봉지역자활센터)를 찾는다. 지역 주민과 오케스트라(영등포보현종합지원센터)를 만들어 음악 활동을 할 수도 있다.
대학에서 듣는 행복과정은 역사·문학·철학 등 심화 인문학 강좌다. 대학 방학인 7~9월 정규과정을 마치면 9월에 졸업여행도 간다. 취업과 건강 등 이유로 정규과정 참여가 어려우면 6·9월 특강을 들을 수도 있다. 교내 심리상담센터와 연계해 사진·영화·미술 심리치료 활동도 준비된다.
특히 시립대에서는 지난해 참가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던 합창단(2기)도 모집할 예정이다. 숭실대에서는 심리적 치유를 위한 자전적 글쓰기와 참여형 음악치료 특강, 서울 역사문화 탐방이 마련된다.
이날 입학한 올해 참여자들은 새로운 시작, 새로운 각오로 포기하지 말자 나를 돌아보는 기회를 얻고 싶다는 다짐을 써냈다. 실직 후 노숙인 시설에서 생활 중인 A씨는 인문학 수업을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고 꿈과 목표를 세우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과정 종료 후 수강생들의 자립을 위해 자격증 취득과 취업·창업 등을 위한 지원도 이뤄진다며 지난해 참여자들의 요청을 반영해 소규모 활동인 자조 모임 운영도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텔 청소 등 민간 일자리와 장애인 생산품 판매 시설(행복플러스가게) 재고·배송관리 등 취업 연계하거나 문화관광해설사와 바리스타 양성(자격)과정을 들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식이다. 사회복지기금 자활 계정을 활용해 창업을 위한 전세점포 임대자금 융자지원도 최장 6년까지, 연 1%로 받을 수 있다.
오 시장은 이날 입학식에서 올해 더 많은 참여자가 자립에 성공할 수 있도록 희망의 인문학 과정 이후 취업 연계 등 후속 지원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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